"그래서 어디에 맡기면 되나요?" — 이 질문부터가 반쯤 실패한 출발일 때가 많았습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
지난 글에서 "GEO 제안서를 열어보기 전에 SEO 기본기부터 점검하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다음 질문이 나옵니다.
"그래서 어디에 맡기면 되나요?"
근데 실제로는 이 질문부터가 반쯤 실패한 출발일 때가 많았습니다. 로그에이전시를 운영하며 반복적으로 확인한 건 "잘못 고른 것"보다 "고르기 전에 정리가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문제가 시작되는 경우가 더 많았다는 점입니다.
어디에 맡길까를 고민하기 전에 먼저 해야 하는 질문들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어디에 맡길까"보다 먼저 해야 하는 질문
에이전시를 알아보기 전에 세 가지를 먼저 정리해보시길 권합니다.
목적, 문제, 성과 — 이 세 가지가 정리 안 된 상태에서 에이전시를 고르면 "잘하는 데"가 아니라 "말 잘하는 데"를 고르게 됩니다.
첫 번째는 홈페이지의 목적입니다. 리드를 받으려는 건지 브랜드 신뢰를 쌓으려는 건지 채용이 급한 건지. 이게 정의 안 되면 에이전시에게 "잘해주세요"밖에 말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이 표현에 가장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건 대개 실력보다 설명이 능숙한 업체였습니다.
두 번째는 문제의 정의입니다. "검색에 안 나와요"라는 말은 범위가 너무 넓습니다. 구글이 페이지를 아예 못 읽고 있는 건지. 읽고는 있는데 검색 의도와 콘텐츠가 안 맞는 건지. 노출은 되는데 클릭이 안 되는 건지. 클릭은 오는데 문의가 없는 건지. 이건 전부 다른 문제고 해결 방법도 전부 다릅니다.
세 번째는 성과의 정의입니다. 순위를 올리는 게 성과인지 트래픽을 늘리는 게 성과인지 실제 문의를 받는 게 성과인지. 이걸 에이전시한테 맡기면 보통 측정하기 쉬운 쪽으로 흘러갑니다. 순위가 올랐습니다. 트래픽이 늘었습니다. 근데 문의는 안 옵니다. 이런 상황이 생기는 거예요.
첫 번째 글에서 저희가 "바로 착수하지 않는 이유"를 이야기했는데 같은 맥락이에요. 순서가 중요합니다.
SEO 에이전시에게 이걸 물어보세요
정리가 됐다면 이제 에이전시를 만나볼 차례입니다. 이때 물어볼 만한 것들을 이야기해볼게요.
"테크니컬 SEO를 어디까지 보나요?"
이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SEO의 범위가 생각보다 넓기 때문입니다. 콘텐츠를 잘 쓰는 것도 SEO고 코드 레벨에서 크롤링과 인덱싱을 제어하는 것도 SEO예요. robots.txt와 sitemap 설계. canonical과 hreflang 처리. 리다이렉트 설계와 자바스크립트 렌더링 대응. 내부 링크 구조 설계와 스키마 마크업. 이런 걸 "넣어드립니다"가 아니라 "왜 이 구조가 필요한지" 설명할 수 있는 곳인지를 보는 겁니다.
스키마를 넣는 것과 스키마를 의미 구조로 설계하는 건 다릅니다. 전자는 작업이고 후자는 판단이에요.
"성과를 뭘로 측정하나요?"
의사결정권자는 "성과"라는 단어에 약합니다. 그래서 이걸 악용하기도 쉬워요. 순위만 보면 허수가 섞이고 트래픽만 보면 유입의 질이 빠집니다. 리포트가 수치 나열인지 의사결정 문서인지도 중요합니다.
저희가 리포트를 쓸 때 가장 신경 쓰는 건 "이 숫자를 보고 다음에 뭘 해야 하는지"가 읽히느냐는 겁니다. 숫자를 보여주는 건 누구나 합니다. 그 숫자로 다음 판단을 내릴 수 있게 해주는 게 리포트의 역할이라고 봐요.
"홈페이지 코드를 직접 건드리나요?"
이건 지난 글에서 다룬 이야기와 직접 연결됩니다. GEO 제안서에서 위화감을 느꼈던 지점이 "홈페이지 코드는 건드리지 않고 콘텐츠만으로 최적화하겠다"는 부분이었거든요. SEO도 마찬가지입니다.
홈페이지가 기술적으로 갖춰져 있어야 그 위에 올리는 콘텐츠가 효과를 냅니다. 코드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말은 보통 세 가지 중 하나였습니다. 접근 권한이 없거나. 기술 역량이 없거나. 구조 변경의 책임을 피하거나. 어느 쪽이든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 질문들 자체가 중요하다기보다 질문을 받았을 때 상대가 어디까지 들여다보려 하는지가 더 중요했습니다.
제안서에서 위화감을 느끼는 순간
지난 글에서 GEO 제안서의 위화감을 이야기했는데 SEO 제안서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반복됩니다.
- "월 n건 콘텐츠 발행"만 있는 제안서 — 그 콘텐츠가 어디에 쌓이고 무엇을 바꾸며 어떤 지표로 판단하는지가 없으면 쌓기만 하는 작업이 됩니다
- "순위 보장" "트래픽 보장"이라는 단어가 등장하는 제안서 — 보장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보통 측정 정의가 빈약하거나 리스크가 어딘가로 전가되기 시작합니다
- 홈페이지는 건드리지 않겠다는 전제가 깔린 제안서 — 집의 기초는 안 보면서 인테리어만 바꾸겠다는 것과 같습니다
저희가 제안서를 쓸 때 넣는 건 결과 약속이 아닙니다. 어떤 판단으로 무엇을 바꿀 건지. 왜 그게 지금 단계에서 필요한지. 실패 가능성은 어디에 있고 측정은 어떻게 할 건지. 결과를 보장하는 대신 판단의 구조를 보여드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결국 에이전시 선택은 실력 비교가 아닙니다
여러 곳의 포트폴리오를 비교하고 가격을 비교하고 레퍼런스를 비교하는 건 당연히 필요한 과정입니다.
근데 그것만으로는 판단이 안 됩니다. 포트폴리오가 좋아 보여도 우리 산업군에서 통할지는 다른 문제고 가격이 합리적이어도 측정 구조가 없으면 돈이 어디로 가는지 모릅니다.
에이전시 선택은 결국 실력 비교가 아니라 우리 상황을 얼마나 깊게 들여다보려 하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질문을 많이 하는 곳. 착수 전에 확인하려는 게 많은 곳. 빠르게 시작하자는 대신 "이거 먼저 정리하고 가시죠"라고 말하는 곳.
결국 차이를 만드는 건 기술이나 작업량이 아니라 판단의 깊이고 그 깊이가 결과를 가릅니다.
👉 다음 글: 테크니컬 SEO, 우리 홈페이지를 구글이 제대로 읽고 있는지 확인하는 법 👉 이전 글: "GEO 최적화 해드립니다" — 그 제안서, 열어보기 전에 읽어주세요 👉 #01: 홈페이지 만들어주세요 — 그 말에 바로 착수하지 않는 이유 👉 시리즈 시작: 왜 로그에이전시는 '판단의 기록'을 남기기로 했는가자주 묻는 질문
업체 비교보다 먼저 홈페이지의 목적·문제·성과 기준을 정의해야 합니다. 이게 없으면 "잘해주세요"밖에 말할 수 없고, 그 표현에 가장 자연스럽게 반응하는 건 대개 실력보다 설명이 능숙한 업체입니다.
테크니컬 SEO 범위, 성과 측정 기준, 홈페이지 코드 직접 수정 여부. 이 세 가지를 물어보되, 질문 자체보다 상대가 어디까지 들여다보려 하는지를 보는 게 더 중요합니다.
콘텐츠 발행량만 있고 기술·측정 설계가 없는 제안서, 순위·트래픽 보장을 내세우는 제안서, 홈페이지 코드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전제가 깔린 제안서. 이 세 가지가 대표적인 위험 신호입니다.